이른아침 혼자 계신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머니는 다섯시면 어김없이 일어나지요.
어머니는 오늘도 호비새가 운다며 전화기로 새소리가 들리는지 물어봅니다.
글쎄요, 저는 호비새란 이름도 지저귀는 소리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호비새는 홀어미 집에만 찾아와 우는 새랍니다.
아버지가 가고난 뒤 매일아침 감나무에 찾아와 운다합니다.
왜 홀어미 집에만 찾아와 우냐고 여쭈었지요.
밭을 갈아줄 장정이 없어서 그렇답니다.
그럴리가요.
하지만 어머니는 아버지가 살아계실때는 한번도 운적이 없었다고 정색을 하네요.
그 때는 새 소리에 신경을 쓸 여지가 없어서 울어도 들리지 않았던 게지요.
얼른말을 바꿔서 어머니가 걱정이되어서 아버지가 오시는 가보다고 해드렸답니다.
금세 당신도 그리 생각한다고 하시네요.
어머니가 그렇다면 그런게지요.
이미 자연에 동화되어버린 아버지의 소리를 벗삼아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좋은 일이니 까요.
ㄱ
시골에 살면서 새소리를 듣지 못하고 지내는 이는 없겠지요.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새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아마 어머니께서는 새봄에 우는 쑥국새소리도 보리누름에 우는 뻐꾸기소리도 예사롭지 않을 터이지요.
지나가는 바람이 흔드는 창문소리에도 문을 열어 기웃거리시는 걸요.
마치 마실 다녀 오는 아버지를 마중하듯이........
고지각시라는 매미소리는 들어보셨는지요.
그매미는 밤에 우는데 "고지각시 고지각시" 라고 운다지요.
홀아비 처지가 외롭다고 각시 부르는 소리라 하네요.
부부의 연이 얼마나 질긴 것이기에 이승과 저승으로 나뉘어도 끊지 못하는 것인지.
어쩌면 이승과 저승은 한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요.
서로 표현 방법이 다르고 존재방식 달라서 알아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요.
댓글 4
-
그린비
2014.05.09 17:39
2014.05.09 17:39 -
학지
2014.05.10 19:59
2014.05.10 19:59감사합니다
잘 보아요 -
박하
2014.05.12 12:06
2014.05.12 12:06애잔하면서도 감동이 흐릅니다
아름다운 향기가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호비새와 고지각시.. 아하~!! 귀한 시간이 됩니다^^
야갤에 올려주시는 아름다운 꽃 사진으로도 고마움인데 아름다운 글까지~!!
이장한 님 앙~~~ㅎ^^
감사합니다^^
-
김효
2014.05.14 05:24
2014.05.14 05:24짠한 감동을 주시는 글,
이승과 저승도 이어줄 사랑의 메세지.
몇번으로 되내어 읽어 봅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결혼합니다. [6] | 학지 | 2024.04.15 | 54 |
274 | 시, 좀씀바귀꽃 / 호세, 최영화 [5] | 호세 | 2012.05.13 | 4051 |
273 | [글마루] 시대와 호흡하는 전통, ‘전주한옥마을 [3] | 민트 | 2012.05.20 | 4075 |
272 | 좀 높은데 다녀왔습니다 [4] | 돌콩 | 2011.07.21 | 4077 |
271 | 창경궁 야간개방 [9] | 솔나리 | 2011.04.27 | 4078 |
270 | 플로마 식구들이 참고 하시야 하는 글입니다 [7] | 느티/槻佳 | 2012.06.21 | 4081 |
269 | 남자 [4] | even | 2011.09.16 | 4086 |
268 | 지진 [2] | 돌콩 | 2010.03.06 | 4099 |
267 | 크롭바디용 마크로렌즈... [3] | 돌콩 | 2012.02.23 | 4099 |
266 | 차량엔진오일 1만km 주행하고 교환해도 문제없다.. [4] | 맑은영혼/마용주 | 2012.01.18 | 4103 |
265 | 시, 소서 / 호세, 최영화 [5] | 호세 | 2012.07.08 | 4108 |
264 | 양산 매실추수꾼의 하루 [13] | 은하수/염상근 | 2011.06.07 | 4113 |
263 | 사랑해요. 아버님.(펌) [4] | 라파엘 | 2011.03.19 | 4117 |
262 | 이번주 출사일정입니다 [2] | 학지 | 2012.04.05 | 4121 |
261 | 전시작품 반환 안내(재공지) [11] | 김효 | 2011.04.13 | 4136 |
260 | 창포 [4] | 은하수/염상근 | 2011.05.31 | 4139 |
259 | 비가 들치네! [4] | 가연 | 2011.06.27 | 4142 |
258 | 솔내음 - 우리마음을 꽃멀미로 어지럽게 하는 얼레지 [2] | 죽화 | 2009.05.13 | 4143 |
257 | 해란초 [2] | 가연 | 2010.10.01 | 4143 |
256 | 플님들 ...저녁에 뵈요[펌입니다] [5] | 은하수/염상근 | 2010.12.04 | 4146 |
255 | 29개 이름이 붙여진 식물 [3] | 라비오 | 2011.06.22 | 4154 |
저도 어머니를 여윈지 14년 째인데도 어머니만 생각을 하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네요.
막상 저 세상으로 가실 적에는 당황스럽고 현실로 와 닿지 않아서인지 약간의 눈물만 나오더니...
탈상을 마치고 제 방에 들어와 책상 위에 놓인 어머니의 사진을 보고서는 종일 펑펑 울었었지요.
태어나서 그렇게 펑펑 운적도 없었답니다.
그럼에도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아서인지 어머니 생각만 하면 눈물이 흐릅니다.
저희 아버지 역시 어머니 돌아가시고 어머니 산소를 매일 1년 넘도록 가시더군요.
풀이라도 한줌 뽑으신다고...
제가 고 3이 된지 정확히 45일 후에 혈압으로 쓰러지신 후로 13년 동안을 입원하셧다 퇴원하셨다를 반복하셨기에
13년이란 시간 동안 아버지는 어머니 곁에서 간호를 하셔야만 하셨죠.
병원에서 뿐만이 아니라 고향의 옆동네, 그 옆동네까지도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신다고 소문이 났을 정도였답니다.
저희 4남매가 서로 모시겠다고 했음에도 "아직은 사지육신 말짱하고 혼자서 걸어 다닐 수 있고 밥 해 먹을 수 있는데
니들에게 아직은 짐이 되고 싶지 않다."라시며 고향 집에서 홀로 지내고 계십니다.
엇그제는 84세의 연세에도 어머니 산소에 가셨는데 꽃이 예쁘게 피었다고 핸드폰으로 어머니 산소에 심어 놓은 연산홍 꽃을 찍어서 보내주시더군요.
그러면서 말씀하십니다.
"네 엄마가 꽃처럼 이뻐서 이렇게 무덤 주변에도 이쁜 꽃들이 피나보다."라구요.
그 말씀을 듣고서 울컥햇으나 제가 울면 아버지 또한 우실테니 "어머니가 참 미인이시긴 하셨죠."라고 말씀 드리고 웃었답니다.
사람 역시 자연의 일부이니만큼 그 자연에 동화가 되는가 봅니다.
어머님의 감수성이 부럽기만 합니다.
호비새와 고지각시에 대한 지식까지 배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