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금강석/김낙호 2010.12.23 10:33 조회 수 : 4828

새벽 4시 30 분, 알람은 인정사정없이 울려 댑니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간밤에 챙겨놓은 장비 베낭 걸머메고 누가 업어 간데도 모를만큼 깊은 잠에 빠져있는

마눌님 깰세라 조용 조용 집을 나섭니다.

야생화 출사 동호인회 벙개 집결지에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벌써 웅성 거 리고 있습니다.

"오늘 행선지는 어디 랍니까?"

야생화 출사 벙개는 행선지를 알리지 않는 것이 관례로되어 있지요.

인원 점검이 끝나고 8 명을 태운 승합차가 출발을하자 탐사 대장 왈

"오늘은 좀 멀리 보배섬으로갑니다."

환호성과 비명 소리가 함게 어우러집니다.

"부라보! 꼭 가보고 싶던 차에 아주 잘 됐네"

"아이쿠! 그 먼 곳까지? 허리 통증 때문에 장시간 여행은 어려 운데 ..... 오늘 잘못 왔네."

장장 6 시간을 달려 진도 대교의 멋들어진 모습이 한눈에 내려 다 보이는 야산에 도착했습니다.

진도 대교 밑을 흐르는 울둘목의 빠른 물살도 구경하면서 이순신 장군의 무용담 한 자락이라도 화재에 올릴 법

하건만 무엇이 그리 급한지 모두들 말없이 야산으로 들어 섭니다.

잡목과 가시덤불을 헤치고 몇 걸음 옮기자 여기저기 사진에서만 보던 붉은 꽃, 자란이 눈에 띱니다.

그렇게 보고싶어하던 자란이 눈앞에 지천으로 피었있는데도 정작 지금부터 고민과 고행이 시작됩니다.

사람에게도 미인이있는 것처럼 꽃도 모델이 될만한 탐스럽고 멋진 넘으로 찾아야하고 주변 배경도 삼

삼한 곳에 터를 잡고 있어야 좋은 사진으로 담을 수가 있기에 세심한주의를 기울여 찾아야합니다.

이 곳처럼 잡목과 가시덤불이 어지럽게 영켜있는 곳에서 야생화를 사진으로 담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카매라 앵글을 야생화 키높이에 맟춰야보기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으므로 가시덤불에 딩굴지 않을 수

  없습니다.

 

DSC_7645.JPG 
 

보배섬은 육지에서는 잘 접하기 어려운 희귀 야생화가 많이 자생하는 곳입니다.

자란의 이쁜 모델 찾아 기웃거리다가 큰방울새 란도 만났 지요.

현지에있는 동호인의 도움을 받아 제주도에서만 자생하는 줄 알고 있던 등심붓꽃 무더기를 만났을 때의 기쁨이란 ...

어느 무덤가에는 멸종 위기 식물 2 급에 속하는 식충식물인 끈끈이 귀개가 지천으로 피어 있었고 이들의 촉수에 걸려

퍼덕이는 파리 모기의 모습도 담았 지요.

시간이 모자라 식사할 틈도 없어 하루 종일 쑥떡 몇 조각으로 허기를 달래고 귀가 길 목포 변두리에서 6,000 원짜리

백반 한 그릇이 오늘 먹걸이의 전부였지만 꽃향기에 취해 배고품도 모르겠드라구요.

목포에는 맛있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데, 그 맛있는 목포의 연포탕을 구경도 못하고 떠나야하는 아쉬움이란 ......

밤 11 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서는 내 모습에 마눌님 기가 찬 모양입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가시밭 속에서 딩굴다 온 꼬락서니가 오죽 했겠습니까.

"에구 ~ 그래도 술에 떡이 돼 인사불 성으로 들어오는 것보다는 낳다고 위안을 해야겠지?"

큰 병치레 일년 만에 힘든 당일 장거리여행을 거뜬하게 소화해내는 모습이 대견해 보이는 모양입니다.

 

DSC_7768.JPG 
 

인적이 드문 심처에서 누구의 도움이나 간섭없이 홀로 피었다 홀로 시드는 야생화들의 삶에 매력을 느껴 이들과 벗하며

세월을 보낸지 어언 4 년, 이제는 주 1 ~ 2 회는 이들 찾아 길을 떠나지 않으면 삶이 허전해지는 듯 하니 이 또한 미치

패거리에 속하지 않나 싶습니다.

덕유산  1300 고지 봉우리에 보고싶은 아이가 있다는 소식 이니 일요일엔 꽤 힘겨운 산행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지금 부터라도 체력 운동을 해야지, 헛 둘 헛 둘.

 

                                                                                                                      2010년 5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