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은 새로 나올 시집 이름을
'벌블'이란 말로 짓고, 벌벌 벌블하다 보니
남녘 끝 큰 벌판 하나가 떠올랐다.
벌판은 벌, 벌은 그 벌블의 줄임,
산과 산 사이 작은 마음 에움이여
실개천 에둘음이여,
좁은 벌은 새발그뉘, 새부리뉘
나는 어려서부터 이런 작고 그윽한 이름들이 좋았다.
작은 동네 지나 안골로 가는 큰동네를 싯나라
더러는 미리내 기운 쪽
배롱꽃이 그새 두번째 피었다 지고
밥주걱 같은 북두칠성이 문지방에까지 꽃혀 있었다.
소년은 어느새 자라 조랑말 타고
그 안동네에 장가들고 싶었다
모닥불 앞에서 점둥개와 함께 쭈그리고 앉아
햇고구마를 잘도 굽던 아이,
차르륵 차르륵 밝은 현호색 개똥불을 좇다가
골목길을 벗어나 산등성이에 오르면,
참말, 개불알 같은 그 홍자색 꽃들이 만발해 있었다.
일부러 개불알을 개씹꽃이라 했다가
좀더 철 들어서 오줌꽃, 장가들 무렵엔
요강꽃이라고 불렀다.
나이 점잖은 어른들은 그걸 알고 이냥저냥 오가며
까마귀오줌통꽃이라고 불렀지만
안마을 사람들은 큰기침하며 그 냄새 때문에
진저리, 진줘구, 진자리, 지린내꽃이라고 불렀다.
새마을 사업 한창 땐 복주머니라고 고쳐 부르더니
요새는 너나없이 아이들도 그냥 돈주머니라고 부른다.
<시인 송수권 작>
우연히 시를 감상하다가 이 작품을 발견하였습니다.
복주머니란에 대해 이처럼 잘 표현한 작품이 있나 싶습니다.
복주머니란을 상상하면서 하루를 즐겁게 보내세요.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결혼합니다. [6] | 학지 | 2024.04.15 | 61 |
234 | 개인전을 하고 있답니다. [28] | 해밀 | 2012.05.01 | 11178 |
233 | 개쓴풀 [2] | 산야 | 2022.10.05 | 24 |
» | 개불알꽃 [1] | 콩밭 | 2010.03.16 | 3741 |
231 | 개버무리 이야기.. [9] | 박하 | 2009.09.04 | 2772 |
230 | 개망초꽃 칠월 [5] | 뻐꾹채/이상헌 | 2010.07.14 | 3018 |
229 | 개기일식...ㅠㅠ [2] | 돌콩 | 2009.07.23 | 3559 |
228 | 강해 보일 필요가 없다 [7] | 안토니오/정성민 | 2009.04.15 | 3042 |
227 | 강의 슬라이드 [8] | fairfax/안희용 | 2009.09.09 | 2794 |
226 | 강을 건너다 [5] | 호세 | 2015.09.04 | 282 |
225 | 강원지역 식생 탐사 [8] | 태공 | 2010.05.20 | 2907 |
224 | 강원도 양구를 가다 [9] | 學知 / 홍순곤 | 2009.09.28 | 3431 |
223 | 강원도 기행 [7] | 뻐꾹채/이상헌 | 2012.03.26 | 2664 |
222 | 강심은 어디에 [3] | 호세 | 2014.10.04 | 1028 |
221 | 갓길 주정차 위험 [7] | 학지 | 2011.06.13 | 3918 |
220 | 감자밭의 추억 [4] | 금강석/김낙호 | 2009.06.01 | 3665 |
219 | 감자 드시러 오셔유~~^^ [12] | 박하 | 2010.07.16 | 2893 |
218 | 감사합니다~~~~~~ [8] | 돌콩 | 2011.12.07 | 3125 |
217 | 감사합니다. [38] | 學知/홍순곤 | 2009.03.16 | 3833 |
216 | 감사합니다. [4] | 청석 | 2013.06.17 | 2090 |
215 | 감사합니다 [5] | 돌콩 | 2015.07.03 | 2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