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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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억새풀)
저녁 연무 내리는 제주섬 -
억새풀들이 흰 구름 이고 하얗게 떨고 있다.
다듬다만 돌하루방의 어수룩한 미소가
노객의 시름을 덜어주네.
II. (한라산)
먼저 보내놓고 홀로서 느리게 오른다.
아침 햇살에 번뜩이는 단풍잎이
나그네의 마음을 달구는데
고란이 한 쌍이 햇살을 줍고
까마귀는 어서가라 재촉하네.
III. (백록담)
그날의 불씨를 묻은 화로인가.
가을 하늘 수북이 담아 소반상을 차렸구나
일편 구름이 흰 사슴의 전설을 연출하는데
무심한 나그네는 시린 바람만 탓하누나.
2009/10 김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