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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석/김낙호 2009.07.21 18:57 조회 수 : 3170 추천:1

 

모기들아 미안하다.

 

역시 듣던대로 대나무 밭에 사는 모기, 와~ 대단합디다.

온 몸에 모기 쫒는 약을 뿌렸건만 모처럼 나타난 특식메뉴에 사발통문이라도 돌렸는지 

온 동네 모기 다 모여 잔치를 벌리나 봅니다.

연어떼가 산란하러 가는 길목을 지키다 실컷 배를 채우는 회색곰처럼 흰망태버섯 피는

시기에 맞춰 모기떼들의 회식일정이 잡혀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허지만 처음 보는 흰망태버섯의 신기한 모습은 모기떼의 극성스러운 공격을 무릅쓰고

서라도 대나무 숲속에 엎드려 앵글과 포커스를 맞춰가며 오랜시간을 머물 수밖에 없게

하드라구요.

염려하던 장마비가 내리기는 커녕 이따금씩 숲속으로 스며드는 적당량의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흰색 망사치마의 매혹적인 모습과 쵸콜렛 모자 아래로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하얀 레이스가 똥꼬치마 길이만큼 자라 날 때까지의 신비스러운 모습을 들여

다보느라 헌혈의 시간만 길어지고 말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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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을 긁적이며 점심을 마친 일행들이 찾아간 곳이 하필이면 해안가 숲속.....

이 곳 모기의 극성스러움 또한 둘째가라면 서럽다 한다지요.

 

이래 저래 모기에 시달리던 탐사일정을 마치고 귀가,모기에 물린 곳에는 식초가 좋다기에

집중공격을 받았는지 유난히 좁쌀크기로 여기저기 우둘투둘 돋아난 오른팔의 뾰드락지에

식초를 잔뜩 바르고 잠을 잤지요.

다음날 뾰드락지 크기가 더 커지고 물집이 잡혀가기에 약국에 들러 벌레 물린 곳에 바르는

약을 사서 자주 발라주었지만 점 점 물집은 커지고 이제 팔목 손등 손바닥 심지어 손가락

사이는 물론 손가락 끝부분까지 번져만 갔습니다.

저녁마실 온 이웃에 사는 출가한 딸아이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상처를 살피더니

"아빠! 이거 모기에 물린 상처 아닌 것 같애.혹시 대상포진 아니야?"

나 역시 대상포진으로 고생하던 친구를 본 적이 있기에

"상처의 형태로만 보면 대상포진 같기도 한데 대상포진은 열도 많이 나고 온 몸이

많이 아프다던데 나는 아픈 증상은 전혀 없쟎아"

"아빠, 그래도 내일 아침 병원에 꼭 가봐.응?"

 

writing102b.jpg

 

"대나무 밭에 들어가 모기에게 엄청 물렸거든요. 약을 사서 발랐는데도 왜 물집이 점 점

커지는지 모르겠어요."

" 모기에게 물린 상처 아닙니다.대상포진이라고 들어보셨어요? 매일 주사 맞으셔야 되고

약 드시고 연고 바르셔야 합니다.약 일주일 병원에 다니셔야 됩니다"

"어깨가 좀 뻐근하기는 해도 별다른 아픔이 없는데두요?  대상포진은 엄청 아프다던데..."

"개인 차가 있습니다.몸이 피곤하거나 할 때 잘 걸리는 병입니다.술은 마시면 안되구요,

심한 운동도 삼가해 주세요"

 

모기들아, 미안하다. 모든 게 다 너희 때문으로 믿고 얼마나 원망했었는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처럼 하필 너희에게 물린 날 대상포진에 걸려가지고 너희에게

누명을 씨우고 말았구나. ㅉ ㅉ

 

그런데 이 번 주말탐사는 심한 운동에 해당되나요?

 

                                                                09.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