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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석/김낙호 2009.03.23 09:01 조회 수 : 3077 추천: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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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山慈姑에 얽힌 전설

 

절기(節期)상으로는 봄의 한 가운데 위치한 춘분이 지났음에도 수도권에 자리한 산 비탈엔 

아직 메마른 가랑잎만 푸석일 뿐 스쳐가는 눈길에는 봄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고양이 걸음으로 주의를 기울여 살피면 가랑잎 틈새기로 가녀린 풀꽃들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봄기운을 탐지하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산자고도 그런 풀꽃 중 하나로 워낙 성질이 까다로워 햇살이 보이지 않거나 날씨가 추워지면

꽃잎을 앙 다물어 버리기에 활짝 핀 모습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간밤에 내리던 비가 그친 후 잔뜩 찌푸린 아침 하늘이 한 낮부터는 맑아지리라는 일기예보를

믿고 길을 떠난 덕분에 작고 갸냘프지만 활짝 꽃망울을 터뜨린 산자고를 만날 수 있었다.

 

 

 

옛날 어느 산골에 마음씨 고운 아낙네가 살고 있었다.

이 아낙네는 3남매를 키웠는데 위로 딸 둘은 출가시키고 막내인 외아들만 남았다.

하지만 늙은 어머니를 부양하며 가난한 산골에서 사는 이 총각에게 시집을 오겠다는 처녀가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는 동안 늙은 어머니의 시름은 깊어만 갔다.

 

어느 봄날 밭에서 일하던 어머니의 눈에 보퉁이를 든 처녀 하나가 나타났다.

이 처녀는 산 너머에서 홀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었는데

역시 시집을 가지 못하고 있던 중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나 죽으면 산 너머 외딴집을 찾아가보라”는 유언을 남겨 찾아온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짝 지워진 아들과 며느리를 볼 때마다 어머니의 마음은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아들과 며느리의 효성도 지극했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이듬해 초봄 이 귀엽고 착한 며느리의 등에 아주 고약한 등창이 생겼다.

가까운 곳에 의원도 없고 마땅한 치료를 해줄 수가 없어 애태우던 이 어머니는 며느리의

종창을 치료할 약재를 찾아 막연하게 산 속을 헤매게 되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어머니에게 우연히 양지 바른 산등성이에서 별처럼 예쁘게

생긴 작은 꽃이 눈에 띠었다.

아직 꽃이 피기에는 이른 계절인데 예쁜 꽃이 피어 있는 것이 신기하여 살펴보고 있는데

그 작은 꽃 속에서 며느리의 등창난 상처가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

옳타꾸나 하며그 뿌리를 캐다가 으깨어 며느리의 등창에 붙여 주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고름이 흐르고 짓물러 며느리를 괴롭히던 고약한 상처가 며칠 만에 감쪽같이 치료가 됐고

며느리는 물론 시어머니의 마음도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이때부터 이 작고 예쁜 꽃 이름을 “산자고(山慈姑)‘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산 속에 사시는 자비로운 시어머니,며느리를 사랑하고 귀히 여긴 시어머니의 전설이 깃든

꽃인 것이다.

 

어느 상상력이 기발한 분이 山慈姑라는 한자 뜻을 풀이하여 꾸며낸 이야기 일테지만 실제로

작명된 내력보다는 훨씬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慈姑라는 이름의 식물과 약성이 비슷하여 山에 있는 자고라는 뜻으로 중국에서 넘어온 한약

재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어 보인다.

우리말로는 까치무릇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잎의 모양이 무릇과 비슷하고 꽃잎에 알록

달록 무늬가 있어 그렇게 불려졌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까치무릇이라는 이름에 정감이 더 가는데.....

 

                                                             09.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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